2008년 드라마를 2024년에 다시 보고 있다.
몇년 전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중간에 한번 더 봤었다.
시청률도 높지않고, 대박이 난 작품은 아니지만, 노희경 작가의 매니아층을 보유한 드라마로 알고 있다.
한번도 안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그때 당시의 감상느낌이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16년 전이니, 아마도 선남선여의 사랑에 대해 공감하며 설레였을거 같다.
16년이 지난 지금의 감상느낌 또한 남여 주인공이 너무 잘 생기고, 이뻐서 감탄하며 보고있다.
또한, 주옥같은 사랑에 대한 너무도 많은 명대사와
매회 남여 주인공의 인생에 대한 독백에 강한 울림과 여운을 느끼며 보고있다.
다 늙어서 주책이란 생각을 하며...
몇년 뒤에 또 다시 보게 되려나?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산다는 건 늘 뒤통수를 맞는거라고.
인생이란 놈은 참 어처구니가 없어서 절대로 우리가 알게 앞통수를 치는 법은 없다고.
나만이 아니라 누구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그러니 억울해 말라고.
어머니는 또 말씀하셨다.
그러니 다 별일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육십인생을 산 어머니 말씀이고 아직 너무도 젊은 우리는 모든게 별일이다.
젠장
지금 내옆의 동지가 한순간 적이 되는 순간이 있다.
적이 분명히 적일 때 그것은 결코 위험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동지인지 적인지 분간이 안될 때 문제는 심각해진다.
서로가 의도하지 않았어도 그런 순간이 올 때,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그걸 알 수 있다면 우린 이미 프로다.
누나는 엄마가 단 한순간도 이해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너나 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 엄마를 이해할 수 없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내가 바라는 건 그녀가 내곁에 아주 오래오래 머물러 주었으면...
친한사이에도 우위가 생기고 종종 열등감을 느낄 때가 있다.
나도 누군가의 성취를 진심으로 축하만 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어릴 적엔 이 감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서 부정하려 했는데 오히려 솔직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어른스러운 것 같다.
치부를 인정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 자체도 어렵다는 걸 배웠다.
지금 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나의 아킬레스건은 인정하기 싫지만 내가 너무 사랑을 정리하는 것도
사랑을 시작하는 것도 쉬운 애라는 거다.
하지만 이순간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이 사랑을 더는 쉽게 끝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지날날처럼 쉽게 오해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고 지루하더라고 다시 그와 긴 얘기를 시작한다면
이번 사랑은 결코 지난 사랑과 같이 않을 수 있을까?
이 세상에 권력의 구조가 끼어들지 않는
순수한 관계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설레임이 설레임으로만 오래도록 남아있는 그런 관계가
과연...
있기는 한걸까 ?
아직은 모를 일이다
그래도 성급해선 안된다 내가 할일은
지난 사랑에 대한 충분한 반성이다.
그리고 그렇게 반성의 시간이 끝나면
한동안은 자신을 혼자 버려둘 일이다
그게 한없이 지루하고 고단하더라도 그래야만 한다
그것이 지나간 사랑에 대한...
다시 시작할
사랑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지도 모른다
이상하다 당신은 이해할 수 없어
이 말은 엊그제 까지만 해도 내게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였는데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준영이를 안고 있는
지금은 그 말이 참 매력적이란 생각이 든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더 이야기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지금 몸 안의
온 감각을 곤두세워야만 한다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건 아니구나
또 하나 배워간다.
드라마속 인물처럼 살고 싶었다.
동료가 잘 나가면
가서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자격지심같은 건 절대 없으며
어떤 일에도 초라해지지 않는...
지금 이런 순간에도
큰 소리로 괜찮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왜 나는 괜찮지 않은 걸 늘 이렇게 들키고 마는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이유는
저마다 가지가지다.
누군
그게 자격지심의 문제이고
초라함의 문제이고
어쩔 수 없는 운명의 문제이고
사랑이 모자라서 문제이고
너무나 사랑해서 문제이고
성격과 가치관의 문제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어떤 것도 헤어지는데
결정적이고 적합한 이유는 될 수 없다.
모두 지금의 나처럼..
각자의 한계일뿐.
화이트아웃 현상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모든 게 하얗게 보이고 원근감이 없어지는 상태'
어디가 눈이고,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세상인지 그 경계를 알 수 없는 상태.
길인지 낭떠러지인지 모르는 상태.
우리는 가끔 이런 화이트아웃 현상을 곳곳에서 만난다.
절대 예상치 못하는 단 한순간
자신의 힘으로 피해갈 수 없는 그 순간
현실인지 꿈인지 절대 알 수 없는
눈앞이 하애지는 화이트하우스를 인생에서
경험하게 될때는 다른 방법이 없다.
잠시 모든 행동을 멈춰야만 한다.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렇다면 지금 나도... 이 울음을 멈춰야 한다.
근데 나는 멈출수가 없다.
그가 틀렸다.
나는 괜찮지 않았다.
6년전 그와 헤어질때는 솔직히 이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때 그는 단지...날 설레게 하는 애인일 뿐이었다.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그와 함께 웃고 싶고
그런 걸 못하는 건 힘은 들어도 참을 수 있는 정도였다.
젊은 연인들의 이별이란 게 다 그런거니까
미련하게도 그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주었다.
그게 잘못이다 그는 나의 애인이었고 내 인생의
멘토였고 내가 가야할 길을 먼저 가는 선배였고
우상이었고 삶의 지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욕조에 떨어지는 물보다 더 따뜻했다.
이건 분명한 배신이다.
그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고작 두어가진데
그와 헤어져서는 안되는 이유들은
왜 이렇게 셀수도 없이 무차별 폭격처럼 쏟아지는 건가
이렇게 외로울 때 친구를 불러 도움을 받는 것조차
그에게서 배웠는데
친구앞에선 한없이 초라해지고 작아져도 된다는 것도 그에게서 배웠는데..
날 이렇게 작고 약하게 만들어놓고
그가 잔인하게 떠났다.
중독이란
술이나 마약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인 상태
또는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정지오라는 사람에 의해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심각한
중독 상태를 겪고 있는 것일까?
언젠가 지오선배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모든 드라마의 모든 엔딩은 해피엔딩밖에 없다고
어차피 비극이 판치는 세상
어차피 아플대로 아픈 인생 구질스런 청춘
그게 삶의 본질인 줄은 이제 다 아는데
드라마에서 그걸 왜 굳이 표현하겠느냐
희망이 아니면 그 어떤 것도 말할 가치가 없다.
드라마를 하는 사람이라면
세상이 말하는 모든 비극이
희망을 꿈꾸는 역설인 줄
알아야 한다고 그는 말했었다.
나는 이제 그에게 묻고 싶어진다.
그렇게 말한 선배
너는 지금 어떠냐고 희망을 믿느냐고...
나는 한때
처음엔 도저히 할 수 없을 거 같은
세상의 어떤 두려운 일도
한번, 두 번 계속 반복하다 보면
그 어떤 것이든 반드시 길들여지고
익숙해지고 만만해진다고 믿었다.
그렇게 생각할 때만 해도
인생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절대로 시간이 가도
길들여지지 않는 것이 있단 것을 안다
오래된 애인의 배신이 그렇고..
백번 천 번 봐도 초라한
부모님의 뒷모습이 그렇고..
나 아닌 다른 남자와 웃는 준영이 모습이 그렇다.
절대로 길들여지지 않는..
그래서 너무 낯선 이 순간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걸까
친구도 필요없고,
애인도 필요없고,
하늘 아래 나 혼자인것 처럼
철저히 외로울 때가 있다.
때때로 의리가
거추장스러울 때가 있다.
아이에서 어른이 된다는 건
자신이 배신 당하고 상처 받는 존재에서
배신을 하고 상처를 주는 존재라는 걸 알아 채는 것이다
어른이 된 나는 그때처럼 어리석게 표나는 배신은 하지 않는다.
배신의 기술이 더욱 교묘해진 것이다.
재산,
명예,
인기...
그거 있으면 다 행복해?
누가 그래?
인생이 그렇게 단순하다고.
두 사람이 만나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되면 모든 게 제로로 돌아가야 하는데 실제론 그렇지가 않다.
애인과 헤어진 것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걸 모르고 아이처럼 나를 보고 좋아라하는 이 어른들을 보는 것도 만만치 않게 힘이 든다.
남도 아니고 내 부모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젠 사랑하는 애인의 부모도 아니고
모든 게 끝나버린 애인의 부모는 정말 어떻게 대해야 하는건지.
예상치 못한 이별의 후유증이 곳곳에서 난무한다.
'슬프다'라는 말로 시작되는 시가 있다.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고 말할 수 없는건지.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참 좋은 시였는데다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첫 구절과 마지막 구절 한 구절씩만 생각난다.
마지막은 이렇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이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 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
내 자존심을 지킨답시고 나는 저 아이를 버렸는데
그럼 지켜진 내 자존심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냉정한 현실 앞에서 사랑이란 건
차라리 철 없는 유치찬란임을
가십이 필요한 사람들 앞에서
이해를 바라는 건 더더욱 구차한 신파가 되는 것을
세련되고 쿨하고 멋진 인생은
드라마에서나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것 조차도
우린 이제 인정해야만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 어떤 말을 해야 상투적이고 통속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눈은 어떠냐고, 정말 괜찮은거냐고.
우리가 오늘 이렇게 또 다시 잠자리를 하게 된 게 우리 둘 사이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거냐고.
다시 아침이 되고, 서로가 반드시 해야 할 말을 해야 할 때
전처럼 또 다시 쎄하게 나를 버리고 가버릴거냐고,
내가 그렇게 만만해보이냐고 묻고 싶었다.
그런데 어떤 말을 해도 지금은 다 유치할 것 같아 하지 않았다.
헤어짐과 이별을 반복하며 그와 나의 관계도 이미 통속해질대로 통속해지고 유치할대로 유치해져 버렸다는 것을.
좀 더 멋지고 세련된 반전을 기대하며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말을 고르고 있는 이 순간이
어쩌면 더욱 진실되지 못하다는 것을.
그렇다면 남은 건 통속적이고 유치한 대사라도 하고싶은 말을 하면 되는 건가.
연인들의 화해란 게 이렇게 싱거울 수 있다니.
이젠 다시 헤어지지 말자는 맹세,
참으로 그리웠다는 고백,
너만을 사랑한다는 다짐도 없이
이렇게 시시하게 무너져버릴 수 있다니...
난 결코 인생이 만만하지 않은 것인줄 진작에 알고 있었다.
행복과 불행
화해와 갈등
원망과 그리움
이상과 현실
시작과 끝
그런 모든 반어적인 것들이
결코 정리되지 않고
결국 한몸으로 뒤엉켜 어지럽게 돌아가는 게 인생이란 것쯤은
나는 정말이지 진작에 알고 있었다.
아니...안다고 착각했다.
어떻게 그 순간들을 견뎠는데
이제 이 정도쯤이면 인생이란 놈도
한번쯤은 잠잠해져 주겠지...
또 다시 무슨 일은 없겠지...
나는 그렇게 섣부른 기대를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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